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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초등 2년 큰딸이 여름성경학교 안가겠다고 했던 이유를 들어보니

by @딜레탕트 2011. 8. 6.



지난 주에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두딸의 여름성경학교 프로그램이 있었다.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졸린 눈 비비고 일어나 아침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열심히 다니던 두딸이니 '둘 다 참석하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왠일인지 초등학교 2학년인 큰딸은 여름성경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왜 그랬던 걸까?

요즘 아이들의 생각은 어른의 사고반경을 훨씬 뛰어 넘는다더니 그 말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딸은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하고는 싶지만 가장 친한 같은 반 친구가 못가게 되었기 때문이란다. 그것도 어린 숙녀 둘이서만 알고 있어야 할 비밀스러운 이유 때문이란다.

아빠가 알아야 도움을 줄 수 있지 않겠냐고 달래고 어르기를 얼마나 했을까? 결국 그 이유를 알아냈다. 잠자리가 문제였다.



"잠자리?(지금 한창 하늘을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곤충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 거야?"하며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테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기는 하다.

문제는 바로 절반의 오줌싸개라는 거다. 평상시에는 실수를 하지 않다가도 낮에 심하게 움직이는 놀이를 하거나 무서운 얘기를 들으면, 또는 수박과 같은 물 많은 과일을 많이 먹으면, 이불에 세계지도를 그릴 때가 가끔 있다는 거다.

그러니 여름성경학교의 시간표를 본 딸아이의 친구는 혹시라도 실수를 할까봐 두려웠을 거다. 우리 큰딸과 나란히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지는 겨우 5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동안 친하게 지내는 교회친구와 언니·동생들 한테 창피 당하기 싫었을 거다.

결국 해결의 실마리는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지도선생님께서 찾아내셨다고 한다. 여름성경학교가 진행되는 3박4일 동안 프로그램만 소화하고 잠은 집에 와서 자는 걸로. 같은 동네에 살고 계시는 지도선생님의 개인차량으로 편의를 봐주시는 걸로. 덕분에 '친구 따라 강남까지 따라 갈' 우리 두 딸도 집에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여름성경학교가 끝나고 큰딸은 친구에게 홍삼을 먹어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자기도 초등학교에 입학 하기 전에는 이불에 다가 가끔 실수할 때도 있었는데 홍삼을 먹고 괜찮아졌다고......

사실, 그 얘기를 듣고 있는 아빠의 입장에서는 큰딸의 말이 절반만 맞다고 생각한다. 시쳇말로 '오줌싸개'라고 하는 건 어느 시기가 되면 자연적으로 이겨내게 되는 거라 믿고 있으니까. 우연히 그 시기가 잘 맞아 떨어진 것이라는 게 솔직히 더 신빙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얻은 결론이 지대로 이 모양이다. 그러니 뭐, 지금으로서 바라는 것은 그저 어느 정도라도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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