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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4대강사업 홍보행사에 학생 동원하는 구미시, 참여 학생은 봉사활동 4시간 인정

by @딜레탕트 2011. 10. 15.



198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이라면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에 이리저리 동원되었던 기억이 날 것이다. 김포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있던 인공폭포나 하이웨이주유소 근처에 나란히 배열된 상태에서 열심히 태극기를 흔들어야만 했고, 미그기를 타고 넘어온 이웅평 귀순자를 환영하기 위해 여의도 광장에 끌려(?)가기도 했다.


출처 - 경향신문 1983.4.14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했다. 2011년의 오늘이 그때로부터 30년이나 지났으니 모름지기 3번의 강산이 변할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도 이러한 전시행정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은 굉장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구미시에서의 일이다. 지역에 있는 초·중·고등학교에 학생들을 동원해 달라는 요청을 했던 모양이다. 대형 버스를 보내 행사장으로 실어 날랐다는 것이다. 무슨 행사에? "
국토해양부 산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주관하는 4대강 사업 낙동강 구미보 개방 축하행사"에......

정말이지 화가 난다. 이 뉴스를 전하고 있는 한겨레에 따르면,
구미시는 지난 4일 시내 초·중·고교에 공문을 보내 15일 구미보 둔치에서 열리는 ‘낙동강 새물결맞이 구미보 축제 한마당’ 행사의 하나인 ‘자연사랑 페스티벌’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교육청에서 정규수업일을 이유로 거부를 했고, 구미시는 일선 면사무소와 주민센터까지 앞세워 학교를 압박했던 모양이다. 결국, 10여 개의 초·중·고 학생 1,000여 명이 행사에 참가하게 되었던 것이고.

이것만으로도 머리 끝까지 화가 나는 샹황인데, 버스를 보내 해당 학교의 학생을 실어나르는 구미시는 체험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체험부스에서 스티커를 받아 오면 4시간의 봉사활동 확인서를 주기로 했단다. "참 대단한 봉사활동 프로젝트 나셨다. 그죠?"

4대강사업을 홍보하는 전시행정에 이 나라의 미래를 열어갈 학생들을 동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자랑하고, 자신있어 하는 4대강사업이라면, 그리고 구미보의 개방이 지역발전과 자연경관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면, 나아가 4대강사업이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면, 이렇게 정규수업을 들어야 할 학생들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지역민들과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행사장에 나가 축하해주지 않을까?

그런데도 구미시 홍보담당관실 관계자는 행사 당일 체험수업이 예정돼 있던 인근 학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하고 있다는데, 이와 같은 거짓말은 누구에게서 배운 것일까? 그럼에도 여타의 학생들은 어렵고 힘든 과제를 수행해야 겨우 취득할 수 있는 봉사활동 확인서를 무려 4시간짜리로 찍어 준다고 나섰으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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