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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대한민국 상위 0.1%, 아주 특별한 그들만의 자녀교육법

by @딜레탕트 2012. 1. 30.

일본 속담에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보고 배우고 익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가풍(家風)이 중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사람의 성품은 타고난 것이지만, 성장하면서 가풍(家風)과 어른들의 가르침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창업주와 2세가 일군 터전을 더욱 빛내야 할 운명을 지닌 3세는 더더욱 말할 것이 없다. 가풍은 다른 말로 자식농사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상위 0.1%의 자식교육" - 이 책은 우리나라 최고 기업가문의 창업주와 2세, 3세에 이르기까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자식농사의 숨은 비결을 취재해 묶었다.

‘위대한 기업, 위대한 자녀’는 어떻게 키워지는가


이 책은 바로 이런 의문들에 대한 일종의 답변이다. 삼성, 현대, LG, SK, 롯데, 두산 등 창업주로부터 면면히 내려는 경영철학과 이에 따른 후계자 교육 등을 살펴보다 보니 각 기업마다 수대에 걸쳐 독특한 원칙과 철학을 불문율처럼 지켜오게 된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선친인 고 이병철 창업주에게 삼성을 단순히 물려받은 게 아니었다. 소위 ‘제왕(帝王)학’이라 할 수 있는 후계자 교육을 철두철미하게 받았던 것이다.


삼성家


대한민국 재계의 대표가문 삼성. 이건희 회장이 고수한 교육 원칙중 하나는 사람 중시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재 중시라고 할 수 있는데, 이건희 회장이 직접 쓰고 선포한 삼성헌법에는 다음과 같이 제시되어 있다.

삼성인이라면 갖춰야 할 것이 있다. 인간미, 도덕성, 에티켓, 예의범절과 같은 행동이다. 이 회장은 자식에게도 마찬가지로 사람에 대한 공부를 가장 많이 하라고 교육했으며, 일시적인 이익보다 신용을 얻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고, 말하기 전에 먼저 경청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그러한 철칙들은 이건희식 리더십이라 이름지어지기도 했다.

현대家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부두 막노동꾼으로 시작, 일약 대기업 총수로 성공한 故 정주영 회장. 정주영 회장은 자녀들을 가르치면서 특별한 원칙을 내세우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큰 줄기만 잡아놓고 알아서 크도록 하는 자유방임형 스타일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정 회장은 철저하고 부지런함이 녹아 있는 ‘행동주의’ 경영자로 유명하다. 정주영 회장의 교육 키워드는 ‘근면’과 ‘성실’ 이었다. 부모의 물질적 빈부가 자녀교육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큰 조건으로 자리 잡지 않는다고 여기며, 행동으로 보여주는 교육을 실천했다.

LG家


구본무 LG회장 일가의 자녀교육을 한마디로 말하면 ‘가족간의 인화(人和)’를 존중하는 가르침으로 대표된다.

특히 조상 대대 내려오는 유교적 가풍이 녹아 있는 자녀 교육은 매우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이런 가르침은 70년 이상 지속됐던 허 씨 가문과의 동업관계에서도 빛을 발했다.

SK家


故 최종현 SK회장은 자식들에게 언제나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사고를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를 독려했다.

그는 자식들이 어떤 일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면 그것을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철저하게 파고들어가게 시켰다. 끝까지 문제를 쫒아 스스로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탐구하는 과학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서였다.

소박하기로도 유명한 최종현 회장은 늘 부족한 듯 생활하라고 강조했다. 자식들이 미국유학을 갈 때에도 용돈이 부족하여 가정교사로 뛰고, 학교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만들었다.

롯데家


롯데그룹은 재계에서 실속파로 통한다. 거화취실(去華就實). 가식을 부리지 않고 내실을 중시한다.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자식농사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다. 또한 롯데가는 우보천리(牛步千里)를 교훈 삼았다.

한화家


故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는 생전 자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기보다 대장부론(大丈夫論)을 강조했다. ‘단맛 쓴 맛 다 봐야한다’고 호연지기를 키우는 일을 중요하게 여겼다.

현 김승연 회장 역시 슬하에 둔 세 아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선친이 대장부론을 강조햇 듯, 김 회장 역시 자식들이 이것저것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기를 원한다. 또한 돈에 관한 철학과, 부자간의 정을 중요시 여겨 돈을 버는 일에 목적을 두지 말라고 강조한다.

두산家


근자성공(勤者成功). 두산은 근면을 기본에 둔 기업이다. 기업의 한계 수명을 뛰어넘어 지금은 2012년 115주년을 맞는다. 전 세계적으로도 100년 이상 지속된 기업은 극소수다. 한 세기를 쇠퇴기 없이 이끌어올 수 있었던 것은 박승직 창업주에서부터 가슴에 새긴 좌우명‘근자성공’ 때문이다.

현재까지 이어온 두산가의 교육철학은 가족간의 무한한 우애와 화목을 꼽을 수 있는데, 지금도 두산의 일가족은 한 달에 한 번꼴로 가족모임을 갖는다. 가족사를 이야기하며 두산가의 인화를 강조한 교육철학을 거듭 강조하기 위함이다.

효성家


효성의 창업주 故 조홍제 회장은 경제적으로 윤택한 부잣집 자녀일수록 방종해지기 쉽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자녀 교육의 최우선 순위를 자립심으로 삼았다. 자식들이 혹여 ‘부잣집아들병’에 걸리지 않을까를 우려해 일부러 엄하게 키웠다.

또한 그는 자식들에게 확실한 경제관념을 심어주기 위해 경제교육 만큼은 철저히 시켰다. 성장한 자식들이 해외에서 대학을 다닐 때에도 그들 스스로 접시닦이를 해서 부족한 용돈을 보태쓰도록 최소한의 경비만 지급했다.

코오롱家


나일론 하면 떠오르는 기업 코오롱. 코오롱가는 특별히 화려한 가훈이나. 엄격한 생활 규범이 없다. 최소한의 지킬 것은 지켜가며 제 개성에 맞게 자라서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해 다양한 인생경험을 하는 것이면 족하다는 게 그의 인생철학이다.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는 부모의 품에 안주하는 자식들을 지켜보지 못하고 엄하게 키웠다. 이동찬 명예회장 역시 자녀들에게 심심치 않게 짜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자녀들은 금액에 상관없이 매년 생일 때마다 부친의 친필로 적힌 돈 봉투를 받고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할 정도다.

대림家


건설의 명가 대림. 대림그룹의 창업주인 수암 이재준 회장이 생전 측근들과 자식들에게 남긴 어록 가운데 하나가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

이재준 회장은 아들에게 늘 “사람은 널리 사귀되 쉽게 버려서는 안 된다”,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은 반드시 지켜라”, “멀리 내다보고 일을 도모해라”, “순리를 저버리지 말아라”, “정직하고 솔직해야한다”는 조언을 달고 살았다. 특히“사람 됨됨이를 보는 안목이야말로 기업 성패의 관건”이라는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동원家


동원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어획량을 자랑하는 수산기업이다. ‘21세기의 해상황 장보고’ 등의 수식어로 대변되기도 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철저한 현장 최우선 주의 교육철학을 지켰다.

종횡무진 활약하는 굴지의 대기업 2세가 참치잡이 배를 타고 갑판청소를 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김재철 회장의 자녀교육은 재계에서도 소문날 만큼 혹독하다. 그때마다 김 회장은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것을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역설한다.

좋은 환경과 나쁜 환경이 함께 어우러져 있고, 조직의 밑바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을 몸소 깨달아야 한다는 사실을 자녀들에게 가르쳤다.

배상면주家


장인정신으로 대변되는 전문적인 업 중심에 배상면주가가 있다. 배상면 국순당 회장의 장인정신은 당당하고 엄숙하며 감동적이다. 평생 누룩 빛기 외길을 달려온 전통주 제조장인 배 회장의 2세는 현재 ‘국순당’과 ‘배상면주가’ 그리고 ‘배혜정 누룩도가’로 대규모 전통주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배상면 회장의 교육철칙은 자녀 의사결정에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판단능력을 길러주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강요보다는 토론을 통하여 자녀 스스로가 중요성을 일깨우도록 만들고, 여러 가지 변수를 체크하게 만드는 것이다.

샘표식품家


국내 대표적인 장수기업 샘표. 재계에선 찾아보기 힘든 자율교육의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기업이다. 3대째 가업을 승계하며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교육의 비법은 무엇일까?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은 부친 故 박규희 회장으로부터 ‘청백리’와 ‘근검절약’의 생활태도를 배웠다.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은 부와 명예가 아니라, 부와 명예를 형성하고 지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기업운영에도 반영되는 근검절약정신. 지금도 박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100만원 내외다. 그만큼 검소하고, 투명하다.

에이스침대家


침대를 만드는 데 안수유 회장(에이스침대 창업주)은 일생의 3분의 1을 보냈다. 그만큼 침대에 있어서는 최고의 기술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슬하에 둔 두 아들도 대학시절 생산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실무에 눈을 띄웠다.

현재 국내 침대시장 1.2위를 다투고 있는 에이스침대(안성호 사장)와 시몬스침대(안정호 사장)는 형제기업이다. 두 회사의 경영자는 형제이지만 사업은 완전히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치열한 경쟁상대다. 서로 상대방 회사의 주식도 없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도 말라’는 안 회장의 일등주의 철칙은 형제가 과학적 침대기술로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했고, 그 경쟁은 두 회사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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