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는 거의 시청하지 않는다. 가끔 본다는 것이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생생정보통' 정도나 될까? 일요일에는 MBC뉴스를 시청하는 재미를 즐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수요일과 목요일 밤에는 꼭 TV앞에 앉았었다. '시티헌터'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저께와 에제, 그러니까 19화와 20화를 끝으로 '시티헌터'는 종방이 됐다.
'시티헌터'는 시사액션물이었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것들을 드라마 스토리에 덧대면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정치권에 팽배해 있는 고약한 정경유착의 부조리와 밀담정치에 대해서도 살짝 건드렸던 것 같다. 그래서 재미가 있었나 보다.
19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김영주 검사의 죽음이었다. 시티헌터 이윤성을 향해 자신의 아빠를 용서해 달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김영주 검사의 죽음은 드라마 중반의 복선을 통해 예상할 수 있었다.
시티헌터 이윤성과 김영주 검사가 그토록 찾아내려 했던 기밀문서, 왜 천재만은 검찰청이 아닌 김영주 검사의 집으로 보냈던 걸까? 그리고 그곳에 진세희는 왜 있었으며, 종방을 앞둔 숨가쁜 시점에 그토록 애틋한 러브모드를 그려낸 걸까? 시티헌터가 발신인으로 되어 있는 문자메시지를 읽고 진세희가 치료받고 있던 병원을 떠나던 김영주 검사의 뒷모습이 왜 그토록 서글퍼 보였을까?
바로 그 모습을 보면서 아내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어? 김영주가 죽는 거야?"
"네? 왜요? 아이...... 설마요. 괜히 김영주 검사를 왜 죽이겠어요?"
"응? 홍콩영화에서 저런 장면 많이 봤잖아. 첩혈쌍웅에서 그랬었나? 아무튼 꼭 저런 무드가 잡히면 주인공이나 주인공 와이프가 죽어 나갔잖아!"
"그랬었나? 뭐, 보고 있으면 알게 되겠죠."
천재만이 거느리고 있는 악당(?)들에게 김영주 검사가 둘러 쌓여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 때, 내 목소리는 한껏 커졌다.
"어? 쇠파이프로 머리 맞으면 안되는데......"
"이윤성이가 금방 오겠죠. 뭐."
"어째 불안불안하다. 안 그래? 꼭 저러다가 크게 머리를 한방 맞던데. 그찮아? 잠시 화면 멈췄다가 이마에서 피 쭈욱 흐르면 죽게 되는 거."
"그렇기는 한데......"
결국 홍콩 느와르에서 많이 봤던 그 장면, '시티헌터'에서도 김영주 검사의 죽음에 그대로 그려졌다. 쇠파이프로 머리를 강타당하고, 이마로 피 한줄기 흘러내리고, 마지막 유언을 하고......
그런데 김영주 검사의 죽음이 드라마의 흐름상 반드시 필요했던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언제나 숨어서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해왔던 김영주 검사였으니 김나나도 많이 슬퍼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봤다. 호감을 키워가고 있던 말괄량이 최다혜는 또 어떠 할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이윤성은 그렇다 쳐도, 정작 재결합의 핑크빛 미래를 꿈꾸고 있던 진세희에게는?
그리고 어제 있었던 '시티헌터' 20화 마지막회. 마지막 결말은 역시 작가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것 같다. 시청자가 보는 관점에 따라 '시티헌터' 이윤성은 죽었을 수도, 혹은 살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아니, 어쩌면 작가는 아주 영리한 작전을 썼던 건지도 모르겠다.
원래 작가가 의도했던 마지막 총상 입은 장면은 이진표와 이윤성이 아니었던 것 같다. '시티헌터' 8화에서는 이윤성과 김나나가 서로 상대편을 향해 총을 쏘게 되는 장면이 있었다. 이어 바닥에 쓰러진 두 연인은 마지막이라도 함께 하겠다는 듯 서로의 손을 잡으려 애쓰는 그 모습, 너무나도 슬퍼 보였던 바로 그 장면.
비록 이윤성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꾸게 된 악몽이었겠지만...... 이를 두고 '시티헌터'의 결말은 새드엔딩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난무했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어제 있었던 '시티헌터' 마지막회에서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이진표와 이윤성의 모습이 바로 이윤성의 악몽 속에 등장했던 김나나와의 상황과 무척이나 비슷해 보였다. 아니, 묘하게 일치했다고나 할까?
흠...... 어쩌면 작가가 이 같은 마지막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미리 거짓된 복선을 깔아 두었던 건 아닐까?
거의 마지막 끝나갈 쯤, 김나나가의 눈에 보였던 이윤성의 모습이 살짝 희미해 보였던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미세했던, 몽환적이라는 표현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살짝 흔들렸던......
작가 입장에서도 어느 한쪽의 확연한 결말을 내보이기 보다는 많은 여운을 남기고 싶었을 게다. 그래야 종방 이후에도 이슈와 화제를 조금이나마 더 이어갈 수 있게 될 테니까. 만약 작가의 의도가 그런 것이었다면 일단은 성공한 듯이 보인다.
그런면에서도 보자면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스스로가 내린 마지막 결말이 맞는 거다. 작품이 독자에게 전해지는 순간 그 작품은 작가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라고 믿고 있는 나다. 열이면 열, 저마다 다르게 가지는 감흥에 따라 열개의 작품이 또다시 탄생하게 되는 게 바로 작품이라고 믿고 있는 나다. 그것이 한폭의 그림이든, 한편의 시나 소설이든, 영화든, 뭐든 간에.
그러니 지금은 자신이 응원하고 열광했던 '시티헌터'라는 인물에 대해 각자의 느낌으로 갈무리 하면 되는 거다. 누군가에게는 못다 한 정의를 실천하며 예쁜 사랑을 키워가는 존재로 남게 될 테고, 누군가에게는 비극적이지만 화려한 인생을 살다간 영웅으로 남게 될 터이다.
그럼에도 수요일과 목요일 밤에는 꼭 TV앞에 앉았었다. '시티헌터'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저께와 에제, 그러니까 19화와 20화를 끝으로 '시티헌터'는 종방이 됐다.
'시티헌터'는 시사액션물이었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것들을 드라마 스토리에 덧대면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정치권에 팽배해 있는 고약한 정경유착의 부조리와 밀담정치에 대해서도 살짝 건드렸던 것 같다. 그래서 재미가 있었나 보다.
19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김영주 검사의 죽음이었다. 시티헌터 이윤성을 향해 자신의 아빠를 용서해 달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김영주 검사의 죽음은 드라마 중반의 복선을 통해 예상할 수 있었다.
시티헌터 이윤성과 김영주 검사가 그토록 찾아내려 했던 기밀문서, 왜 천재만은 검찰청이 아닌 김영주 검사의 집으로 보냈던 걸까? 그리고 그곳에 진세희는 왜 있었으며, 종방을 앞둔 숨가쁜 시점에 그토록 애틋한 러브모드를 그려낸 걸까? 시티헌터가 발신인으로 되어 있는 문자메시지를 읽고 진세희가 치료받고 있던 병원을 떠나던 김영주 검사의 뒷모습이 왜 그토록 서글퍼 보였을까?
이미지 출처 - 리뷰스타
바로 그 모습을 보면서 아내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어? 김영주가 죽는 거야?"
"네? 왜요? 아이...... 설마요. 괜히 김영주 검사를 왜 죽이겠어요?"
"응? 홍콩영화에서 저런 장면 많이 봤잖아. 첩혈쌍웅에서 그랬었나? 아무튼 꼭 저런 무드가 잡히면 주인공이나 주인공 와이프가 죽어 나갔잖아!"
"그랬었나? 뭐, 보고 있으면 알게 되겠죠."
천재만이 거느리고 있는 악당(?)들에게 김영주 검사가 둘러 쌓여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 때, 내 목소리는 한껏 커졌다.
"어? 쇠파이프로 머리 맞으면 안되는데......"
"이윤성이가 금방 오겠죠. 뭐."
"어째 불안불안하다. 안 그래? 꼭 저러다가 크게 머리를 한방 맞던데. 그찮아? 잠시 화면 멈췄다가 이마에서 피 쭈욱 흐르면 죽게 되는 거."
"그렇기는 한데......"
결국 홍콩 느와르에서 많이 봤던 그 장면, '시티헌터'에서도 김영주 검사의 죽음에 그대로 그려졌다. 쇠파이프로 머리를 강타당하고, 이마로 피 한줄기 흘러내리고, 마지막 유언을 하고......
그런데 김영주 검사의 죽음이 드라마의 흐름상 반드시 필요했던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언제나 숨어서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해왔던 김영주 검사였으니 김나나도 많이 슬퍼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봤다. 호감을 키워가고 있던 말괄량이 최다혜는 또 어떠 할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가장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이윤성은 그렇다 쳐도, 정작 재결합의 핑크빛 미래를 꿈꾸고 있던 진세희에게는?
그리고 어제 있었던 '시티헌터' 20화 마지막회. 마지막 결말은 역시 작가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것 같다. 시청자가 보는 관점에 따라 '시티헌터' 이윤성은 죽었을 수도, 혹은 살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아니, 어쩌면 작가는 아주 영리한 작전을 썼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뉴스엔
원래 작가가 의도했던 마지막 총상 입은 장면은 이진표와 이윤성이 아니었던 것 같다. '시티헌터' 8화에서는 이윤성과 김나나가 서로 상대편을 향해 총을 쏘게 되는 장면이 있었다. 이어 바닥에 쓰러진 두 연인은 마지막이라도 함께 하겠다는 듯 서로의 손을 잡으려 애쓰는 그 모습, 너무나도 슬퍼 보였던 바로 그 장면.
비록 이윤성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꾸게 된 악몽이었겠지만...... 이를 두고 '시티헌터'의 결말은 새드엔딩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난무했었음은 물론이다.
이미지 출처 - SSD
그런데 어제 있었던 '시티헌터' 마지막회에서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이진표와 이윤성의 모습이 바로 이윤성의 악몽 속에 등장했던 김나나와의 상황과 무척이나 비슷해 보였다. 아니, 묘하게 일치했다고나 할까?
흠...... 어쩌면 작가가 이 같은 마지막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미리 거짓된 복선을 깔아 두었던 건 아닐까?
거의 마지막 끝나갈 쯤, 김나나가의 눈에 보였던 이윤성의 모습이 살짝 희미해 보였던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미세했던, 몽환적이라는 표현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살짝 흔들렸던......
작가 입장에서도 어느 한쪽의 확연한 결말을 내보이기 보다는 많은 여운을 남기고 싶었을 게다. 그래야 종방 이후에도 이슈와 화제를 조금이나마 더 이어갈 수 있게 될 테니까. 만약 작가의 의도가 그런 것이었다면 일단은 성공한 듯이 보인다.
그런면에서도 보자면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스스로가 내린 마지막 결말이 맞는 거다. 작품이 독자에게 전해지는 순간 그 작품은 작가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라고 믿고 있는 나다. 열이면 열, 저마다 다르게 가지는 감흥에 따라 열개의 작품이 또다시 탄생하게 되는 게 바로 작품이라고 믿고 있는 나다. 그것이 한폭의 그림이든, 한편의 시나 소설이든, 영화든, 뭐든 간에.
그러니 지금은 자신이 응원하고 열광했던 '시티헌터'라는 인물에 대해 각자의 느낌으로 갈무리 하면 되는 거다. 누군가에게는 못다 한 정의를 실천하며 예쁜 사랑을 키워가는 존재로 남게 될 테고, 누군가에게는 비극적이지만 화려한 인생을 살다간 영웅으로 남게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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