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상斷想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공지영 작가가 직접 낭독한 오디오북

by @딜레탕트 2012. 10. 23.
20여 년간 최고 인기 작가로 자리매김하며, 전집이나 시리즈가 아닌 단행본만으로 통권 1,000만 부 판매를 기록한 이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공지영이 25년 간의 작가 인생을 돌아보며 20여 편의 작품 구석구석에서 소중히 길어 올린 365개의 글귀들을 모아 사랑 · 상처 · 허락의 큰 줄기로 묶어냈다.

공지영의 목소리로 녹음한 오디오북은 25년 공지영 문학 인생의 역사이자, 함께해 온 독자들에게 바치는 299분 24초 간의 감사의 글이자, 하루에 하나씩 1년을 두고 곱씹을 위무의 언어들로서 저자가 그간 인생의 의미와 사랑의 길, 작가로서의 소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공지영 작가공지영 작가

이는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가슴에 손톱으로 긁는 것처럼 붉은 상처 자국이 주욱주욱 그어질 것같이 아픈, 그러면 안 되지만 잃어버리고 만 삶의 이면裏面을 일깨워주는, 그러나 결국은 사랑이고 믿음이고 희망인 그런 소설"을 쓰고자 했던 25년 간의 문학 인생을 결산한 기록이다.

출판사 서평

그래도 당신은 내게 사랑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군요. 그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라고,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 그래요, 그러겠습니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사랑을 말입니다. - 02,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25년간 혼신의 힘을 다해 집필한 작품들을 다시 읽으며 한 줄 한 줄 글귀를 뽑아놓고 보니, 모은 글귀들은 작가의 인생을 꼭 닮아 있었다. 작가에게 "세상은 '이토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랑을 해 보지 않은 사람과, 그런 것들을 기꺼이 버텨낸 사람으로 한 번 더 나누어질 수 있는" 것이었고, "아이든 이성이든 가여운 이들이든 혹은 강아지든, 사람은 사랑 없이 살아가서는 안 되며", 글쓰기란 "이토록 사랑하는 마음과 연결되어", "살아 움직이며, 끊임없이 상처받고 치유하고 있는 영혼을 질료로 삼는" 것이었다(215,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그리하여 작가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소설.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가슴에 손톱으로 긁는 것처럼 붉은 상처자국이 주욱주욱 그어질 것같이 아픈, 그러면 안 되지만 잃어버리고만 삶의 이면(裏面)을 일깨워주는, 그러나 결국은 사랑이고 믿음이고 희망인 그런 소설.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그래도 난 네가 좋아, 참 좋아, 라고 말하게 만드는 그런 소설"을 쓰고자 했다(08, <별들의 들판 / 섬>)

그동안 작가가 출간한 20여 종의 책들에는 작가의 개인적 상처는 물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사랑과 열정, 슬픔과 좌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전력을 다해 사랑하고 열정을 바쳤기에 상처투성이라고 느끼는 모든 이들과 함께 눈물 흘리며 낮은 목소리로 성찰과 치유의 기도를 올린다. 그러면서 상처는 열정적인 삶의 산물이기에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기꺼이 받아들이고 감내해야 하는 "삶" 그 자체라는 깨달음에 다다른다.

어느 순간 우리는 멈추어 서서 혼란에 빠진다. 내가 더 많이 줄까 봐, 내가 더 많이 좋아하고, 내가 더 많이 사랑할까 봐…….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했고, 사랑한다는 것은 발가벗는 일, 무기를 내려놓는 일, 무방비로 상대에게 투항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 더 많이 사랑하지도 말고, 그래서 다치지도 않고, 그래서 무사하고, 그래서 현명한 건 좋은데……. 그래서 그렇게 해서 너의 삶은 행복하고 싱싱하며 희망에 차 있는가, 하고. 그래서 그 다치지도 않고 더 많이 사랑하지도 않아서 남는 시간에 너는 과연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 34, <봉순이 언니>

이 책의 마지막 글인 페르시아의 시인 루미의 시를 제목으로 가져온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라!'는 작가의 문학 인생을 압축적으로 들려주며 역설적으로 상처투성이 인생을 긍정한다.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라!

이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나 강하니까 사랑이 아니었다면 내게 수치심도 굴욕도 없었으리라.
어쩌면 더 많은 돈을 모았을지도 모른다.
가야 할 때 가고 와야 할 때 오고 있어야 할 자리에 있고 없어야 할 자리에 없었으리라.
아마도 지혜롭고 현명하며 냉철하고 우아했으리라.
그러나 사랑 안에서 나는 길을 잃었고 헤어진 신발을 끌며 저물녁에 서 있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불빛이었으면 좋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