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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로그

아들이 아버지 지키는 거 아니야! 아버지가 아들 지키는 거야!!

by @딜레탕트 2011. 10. 6.

SBS 홈페이지


엄연히 석삼이란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푼이라고 놀림을 받는 아비를 위해 어린 아들 똘복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쫓아가 그들에게 대드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덩치 큰 장정들에게도, 창과 칼을 든 포졸들에게도 악으로 깡으로 맞서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비록 자신은 가장 밑바닥 신분계층인 노비의 자식이었지만, 어렸을 적 그런 자신을 지켜주려다 반푼이가 되어버린 아비에 대한 사랑이 뼛속까지 스며있었기 때문입니다.

멸시와 놀림을 당하는 아비가 안타까왔던 아들은 남들의 업신여김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하나의 표정을 가르치려 했습니다. 눈을 매섭게 치뜨며 주먹과 함께 쏘아붙이는 "뒤질래? 신공"이었습니다. 유약한 아비를 보호하려는 어린 아들의 심정이 그대로 전해졌는지 제법 깡스러운 모습을 흉내내는 아비입니다.

임금의 명을 받은 생각시가 밀지를 하나 내밀었습니다. 한자로 쓰여진 밀지인지라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아비는 아들을 대신해 길을 나섰습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캡쳐


아들에게서 배운 "아들이 아버지 지키는 거 아니야, 아버지가 아들 지키는 거야"와 "뒤질래?"라는 말만 남겨 놓고서.

조작된 밀지,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 그 속에서 반푼이 아비는 병사가 휘두른 철퇴를 맞고 피를 흘렸습니다. 기어코 아들에게 전해 줄 유서 한장을 손에 쥔 채 아들이 있는 감옥에서 눈을 감게 되었고, 그런 아비의 마지막 모습을 아들은 절규로 보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비의 마지막 유언이 담긴 서찰을 아들은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아비의 마음 만큼은 유서를 읽지 않더라도 그대로 전해받았을 테고요.

어쩌면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게 된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복선의 하나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굳이 그런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지금은 비록 모자른 아비라 할지라도 아들을 위하는 부성애 만큼은 그 어떤 것보다 위대하다는 것과, 피와 살을 만들어주신 아비라고 하는 존재감은 신분고하와는 아무런 상관없다는 사실만이 이 가을에 먹먹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적어도 상왕과 주상의 위치에서 권력의 대립각을 보이고 있는 또 다른 부자(父子)로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크기와 깊이일 테니까요. 

아버지가 지켜주는 거라는 말, 앞으로를 살아가는 부모된 사람이라면 절대로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삶을 대하는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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